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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아내에게 줄 마지막 선물 편지를 신발장 선반위에 두고 나오며 아내의 생일 기념 이벤트가 모두 종료하였습니다. 편지는 다소 의외라고 하더군요. 물론 아내의 생일 당일에 주는 게 맞았으나 생일 전후에 제가 비염약을 먹어 약기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편지를 쓸 시간을 가지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장모님께 드릴 용돈을 펜시편지봉투에 넣어두었는데 그걸 아내가 보고는 자기것인줄 알고 입가에 미소를 짓더군요. "니꺼 아냐." 순간 넘어갔는데 그 아내의 미소가 잊혀지지 않아서 어떻게든 꼭 줘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일요일 밤 잠을 설쳐가며 편지를 쓰고 먼저 출근하는 제가 신발장 선반위에 두고, 나중에 출근한는 아내가 보게끔 만들었죠. 출근하는 길에 '고맙고, 내년에도 부탁해'라는 문자에 다시금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내는 제가 준비한 생일 선물 중 어떤게 가장 마음에 들어했을까요? 문자를 보내봅니다.

'머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
'거실에 있는 거랑 편지'


편지는 그 미소때문에 받으면 좋아할 거라 생각을 해었는데... 거실에 있는 건 정말 의외더군요. 더군다나 처음도 아니었는데. 금요일 밤 이후 거실에서 아내의 생일 이벤트 흔적이 남아 있는 걸 매일같이 보곤 합니다.

"이거 치울까?"
"아니 이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그럼 언제 치워?"
"대청소 할 때까지?"



3천원의 행복?  

이른바 '3천원의 행복'인가요? 생각했던 것보다 아내가 좋아하고 계속 두길 원해서 준비한 저로서도 기분이 좋았던 그것은 다름 아닌 촛불이었습니다. 저또한 생각했던 이상의 반응을 보여준 아내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확실히 그런 반응이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게 되는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답니다.


 

원인제공...  

작년 12월, 열흘 정도의 휴가를 내어 고향 거제도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손자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올라오는 길에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사는 울산 신혼집을 잠깐 들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친구에게 준석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네 집을 들어서는 데 왠 색종이들이 방바닥에 붙여져 있더군요. 친구가 친구의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깜짝 이벤트를 한 모양입니다.

친구의 아내는 그게 좋았던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떼지 않고 놓아둔 모양입니다. 사실 그렇긴 하죠. 그녀석도 그렇게 이벤트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보기 좋아보였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런 작은 이벤트에도 친구에게 남편 자랑을 하고 싶었던 친구 아내의 모습이 귀여워보였다고 말이죠.

'그래? 그럼 나도 저거랑 비슷한 거 다음에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기회가 없었네요.

촛불이벤트 마음 먹다.  

출퇴근길에 '나는펫'이란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종종 다운 받아서 보곤 합니다. 결혼이란 주제와 주인과 펫이라는 주제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결혼했어요'와 별반 다른 것이 없더군요. 연출이든 실제이든 나름대로 공영파보다 좀 더 솔직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거기에 빠져 시즌 1부터 시작해서 시즌 5까지 열심히 보았습니다.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갖가지 이벤트를 준비하는 펫(?)의 노력을 보며 반성도 좀 했습니다. 물론 그 중 몇개는 다음 이벤트때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도 있습니다.

한참을 재미나게 보고 있었는데 시즌 5에서 정가은, 임동균 커플 이야기가 제 눈을 끌더군요. 임동균이 빼배로데이를 맞이해서 정가은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준비 상황이 너무 예뻤습니다. 한동안 잠자고 있던 저의 이벤트 욕구를 발동 시켰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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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라고 그 촛불 이벤트를 안 해 본 게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사귄 다음 해 아내의 생일때 저도 그런 준비를 했었죠. 근데 그때 아내와 약간의 다툼이 있어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내를 데리러 갔던 게 문제였답니다. 화해를 하고 제 원룸에 데려와 준비해놓은 초들에 불만 붙이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벽보게 만들고 눈 감고 있으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불 붙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까요? 기다리다 못해 아내가 뒤돌아서며 '머야~~~!!' 그랬습니다. 헉. 아직 다 켜지 않은 양초들. 그러면서 다소 싱겁게 끝나버린 첫 촛불 이벤트의 기억.


준비...  

준비를 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더군요. 이전의 실패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그 이벤트가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물론 아내의 표정변화로 판단한 겁니다. 어짜피 올라가면 처가집 식구들이랑 같이 케익 이벤트를 하는데. 다시 망설입니다. 계속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처가집가기 전에 둘이서 좀 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자라고 생각한거죠. 
 
금요일. 조금은 일찍 퇴근을 해서 집 근처 마트에 들렀습니다. 조금 비싼 와인도 사고, 조그마한 케익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천원 샵에 들려서 양초들을 샀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천원에 12개. 그럼 3묶음 정도면 될 것 같았습니다. 모든 이벤트 준비는 끝.

조그마한 상을 준비하고, 케익을 올려놓고, 초도 꽂았습니다. 진열장에 놓여있는 와인잔을 꺼내 물로 헹구고, 상위에 놓았습니다. 마트에서 와인과 같이 산 안주들도 접시에 나름 정성스럽게 배열해보았습니다. 치즈와 스푼도 준비. 이젠 하트 촛불들만 만들면 되나?

오랜만에 하트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더구다나 제가 좀 적게 산 것 같은 느낌. 36개를 어떻게 배열할까 고민하고, 시간은 가고. 결국 하트 만드는 것에 24개. 아내의 이름 이니셜 만드는 데 12개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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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내를 데리러 가야되는데. 아내의 직장을 가려면 15분, 다시 돌아오면 15분. 30분 정도 걸립니다. 이전에도 혹시나 불날까봐 촛불을 붙이지 않고 갔었는데. 이 촛불들을 믿어보기로 하고 전 과감하게 불을 붙입니다. 나름 멋지게 타오르는 촛불들. 나와 아내가 돌아올때까지 무사히 켜져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아내를 데리고 온 시간들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옆에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 아내에겐 미안했지만 마음속엔 계속 촛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바람이 불면 어떻하나? 바닥에 불이 퍼지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 멀리 보이는 우리집. 제일먼저 확인합니다. 불에 타고 있지는 않더군요. 좋아. 오케이.

이제는 아내가 들어가서 놀라기만 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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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을 했나봅니다. 아내가 문을 여는 순간 제가 나가기전의 모습으로 촛불들이 이쁘게 타고 있었답니다. 아내의 감동은 이어지고. 입가에 미소가 잔잔히 흐르네요. 전 그 미소때문에 이벤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하트 옆에 준비되어진 생일상에 앉아 케익에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케익커팅을 하고 와인을 마셨습니다. 기분 좋다며 연신 "사랑해"를 연발하시는 우리 아내. 저도 같이 와인을 한 잔 했으면 좋았을텐데. 물론 운전때문에 마시지못했네요. 아내 혼자 와인을 2/3이나 마시네요. 아~~ 부러워. 자긴 올라가는 차안에서 자면 된다나?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건, 감동시키는 건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애에 있어서 늘 강조되는 일반적인 상식(?). 큰 이벤트보다 좀 더 세심하고 작은 이벤트들을 적절하게 해주는 게 더 좋다는 그런 상식(?). 결혼해서도 그러한 상식은 계속 되나 봅니다. 아내가 다른 선물들보다 제 정성이 들어간 편지나 촛불 등에 감동을 받는 걸 보면 말이죠.

이벤트를 생각하시는 분들. 언제 한번 마트에 가게 되면 양초를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벤트하면 으례 자주 나오는 이런 촛불 이벤트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떠한 선물보다 아내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미소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이 될지 다음주가 될지 언젠가 치워질 거실의 양초들. 그걸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점점 약해질때가 오겠죠? 다음에는 어떤 이벤트로 그녀의 마음을 감동시켜야할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다른 멋진 이벤트 있으시면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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